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만 있고 기준이 없으면 나갈 때 무엇을 어디까지 되돌릴지를 그때 가서 임대인과 새로 정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입점 계약의 특약과 입주 전 기록으로 미리 잡아 둘 수 있습니다.
퇴거를 앞둔 매장에서 임대인은 처음 상태로 돌려놓으라고 하고, 임차인은 들어올 때부터 이랬다고 맞서는 일이 흔합니다. 두 말이 모두 맞을 수 있는데, 처음 상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 줄 자료가 어느 쪽에도 없으면 어느 말이 맞는지 가릴 수가 없습니다. 몇 년 영업하는 동안 천장을 뜯고 전기를 늘리고 칸막이를 세웠다면, 입주하던 날의 매장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만 남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수리·변경한 부분은 원칙적으로 철거해 임대 당시 상태로 돌려야 한다고 보면서도, 원상회복의 내용과 범위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등을 고려해 사안마다 정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 다툼이 생기면 계약서 문구와 임대 당시 상태를 보여 주는 기록이 판단 자료가 된다는 뜻이고, 그 두 가지는 입점할 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원상회복 의무의 근거는 민법에 있습니다. 민법 제615조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654조는 "제610조제1항, 제615조 내지 제617조의 규정은 임대차에 이를 준용한다."라고 둡니다. 법무부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2026. 5. 12. 개정) 제8조 제1항도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이 "임차 상가건물을 원상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고만 씁니다. 조문과 표준계약서에는 원상이 언제의 상태인지 적혀 있지 않고, 판례의 원칙(임대 당시 상태)도 사안마다 따로 적용됩니다.
해석이 실제로 갈리는 곳은 전 임차인 시설을 넘겨받아 들어간 매장입니다. 같은 2017다268142 판결에서도 계약서에 원상회복 의무가 적혀 있었다는 점이 전 임차인 시설까지 철거하게 한 근거 가운데 하나였으니, 넘겨받는 시설이 있다면 그 시설을 기준 상태에 넣을지 입점 특약에서 먼저 정해 둡니다. 같은 매장이라도 전 임차인 시설까지 원상복구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걷어낼 천장·벽체·바닥의 양과 보증금 공제액이 달라집니다.
첫째는 기준 상태입니다. 입주 당시 상태로 할지 공실 상태로 할지를 고르고, 입주 당시 상태라면 그 모습을 무엇으로 증명할지(입주 전 사진·영상을 언제 찍어 누가 보관하는지, 계약서에 붙이는 도면)를 같이 적어 둡니다. 전 임차인에게서 넘겨받은 시설이 있다면 그 목록도 기준 상태 항목에 함께 붙입니다. 표준계약서도 임차할 부분을 특정하려면 도면을 첨부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합니다.
둘째는 존치 항목입니다. 에어컨과 실외기, 주방 덕트, 증설한 분전반, 화장실 설비처럼 나갈 때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은 하나씩 이름으로 적습니다. 셋째는 큰 공사의 복구 여부입니다. 노출 천장, 전기 증설, 칸막이 공사는 되돌리는 비용이 커서, 공사마다 나갈 때 원래대로 되돌리는지 그대로 두는지를 미리 정해 두면 퇴거 견적의 큰 줄기가 계약 단계에서 잡힙니다.
이 항목들은 특약에 빠뜨리지 말아야 할 목록이지 그대로 옮겨 쓰는 문안이 아니어서, 최종 문장은 공인중개사나 법률 상담을 거쳐 확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그 법의 규정에 어긋나는 약정에 걸리므로, 임차인에게 불리해 보이는 특약이 모두 이 조항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약 한 줄이 나갈 때는 천장 철거나 전기 원복 같은 공사 한 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나중에 다투는 자리는 대부분 눈에 잘 안 띄는 곳이라, 매장 전경 몇 장으로는 입주 당시 상태가 남지 않습니다. 천장은 점검구가 있으면 임대인이나 관리사무소가 있는 자리에서 열어 안쪽의 배관·덕트·배선과 슬래브 상태를 찍고(오래된 건물의 천장재는 석면일 수 있어 뜯거나 들어 올리지 않습니다), 분전반은 문을 열어 차단기 개수와 용량 표시가 읽히도록 가까이 찍습니다. 바닥은 마감재 종류와 깨지거나 들뜬 자리를, 급배수는 배관이 올라오는 위치와 바닥 배수구, 캡으로 막아 둔 배관까지 남깁니다.
찍는 방법도 결과를 가릅니다. 입구에서 시작해 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영상을 끊지 않고 찍으면 사진 사이의 위치 관계가 남고, 줄자를 대고 찍은 사진은 크기와 높이를 나중에 가늠하게 해 줍니다. 간판 자리와 외벽, 출입문·새시, 실외기를 둘 자리도 같은 날 함께 찍어 둡니다.
파일은 촬영 날짜가 남는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찍은 날 임대인에게 문자나 메일로 보내고 확인했다는 답을 받아 두면, 입주 당시 모습을 양쪽이 함께 확인한 자료가 됩니다.
표준계약서 제4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 상가건물의 구조·용도를 바꿀 수 없다고 하고, 제7조 제2항은 이를 어기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둡니다. 벽체를 허물거나 칸막이를 세우고 천장을 뜯는 공사를 앞두고 있다면 말로 허락받고 시작하지 말고, 동의를 받은 기록부터 남겨야 합니다.
동의는 공사 도면이나 공사 내용 목록에 임대인 서명을 받는 방식이 가장 분명하고, 서명이 어렵다면 목록을 보낸 문자에 임대인의 회신이라도 남겨 둡니다. 그 목록에 공사마다 퇴거 때 복구할지 존치할지를 함께 표시해 받으면, 특약의 큰 공사 항목과 맞물려 하나의 기록이 됩니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물은 공사 신청서와 승인 내용, 작업 시간 지침이 같은 기록에 들어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3항은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합니다(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에 따른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 제4항은 임대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간이 끝난 때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환산보증금이 대통령령 기준을 넘는 임대차에는 제3항 단서와 제4항이 적용되지 않고(같은 법 제2조 제3항), 기간이 끝난 뒤 임차인이 계속 매장을 쓰는데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민법 제639조에 따라 역시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해 갱신되거나 임대인의 통지나 이의 없이 기간이 끝나 갱신되면 처음 특약이 그대로 이어지고, 기간 중에 새로 한 공사나 존치하기로 바꾼 설비는 따로 남기지 않으면 계약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양쪽이 합의해 새 계약서를 쓰는 갱신이라면 특약을 다시 정할 수 있는 때입니다.
갱신할 때는 기간 중에 한 공사 목록과 공사마다의 복구 여부, 존치하기로 한 설비를 다시 확인해 서로 서명한 확인서로 남깁니다. 건물주가 바뀐 뒤라면 새 임대인은 입주하던 날의 매장을 본 적이 없으므로, 기존 특약과 입주 전 기록을 보여 주고 확인을 받아 둡니다.
특약과 입주 전 기록이 있으면 나갈 때 원상복구 범위를 그 기준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퇴거 견적을 낼 때 특약에 적힌 존치 항목과 공사별 복구 여부를 견적서 항목으로 그대로 나눠 적고, 임대인 검수 때 입주 전 기록과 함께 확인합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라면 점검구로 보이는 천장 안쪽, 분전반, 바닥, 급배수 위치를 지금 찍어 임대인에게 보내고, 앞으로 할 공사의 복구 여부를 문자나 확인서로 맞춰 두면 됩니다. 이미 공사를 마쳤다면 시공 업체가 공사 전에 찍어 둔 사진이 입주 당시 상태를 보여 줄 수 있는 자료입니다.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 임대차가 끝날 때 가액의 증가가 남아 있을 때에 한해 임대인이 임차인이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카페 영업을 위해 한 점포 내부시설공사는 점포의 객관적 가치를 늘린 것이 아니라며 유익비로 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1991. 10. 8. 선고 91다8029 판결). 또 임대인의 승인하에 개축·변조할 수 있되 반환 전에 임차인 부담으로 원상복구하기로 한 약정을,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으로 봤습니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12927 판결). 영업에 맞춘 인테리어는 이 판결처럼 유익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사비 정산을 기대한다면 계약 전에 임대인과 합의할 수 있는지부터 묻고, 특약 문구는 법률 상담에서 확인합니다.
법무부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도 원상회복은 계약이 끝나면 원상회복해 반환한다는 한 문장으로만 정합니다. 기준 상태, 존치 항목, 큰 공사의 복구 여부는 특약사항 칸에 따로 적어야 하고, 그 칸이 비어 있으면 나갈 때의 기준은 민법 조문과 판례, 입주 당시 기록으로 다시 따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