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를 끝낸 매장 검수에서는 큰 공사 자리 말고도 출입문 유리에 남은 스티커, 벽에 붙은 양면테이프 같은 작은 흔적에서 보완 요청이 나옵니다. 시트와 유리의 종류, 붙어 있던 기간에 따라 떼는 방법이 달라, 순서를 잘못 잡으면 유리가 긁히거나 벽 마감이 함께 뜯겨 나갑니다.
검수는 집기와 시설을 다 걷어낸 빈 매장에서 하기 때문에, 영업할 때 진열대나 포스터에 가려 있던 흔적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출입문 유리의 카드사·배달 앱 스티커와 영업시간 표시, 전면 유리의 로고 커팅 시트, 창 전체에 붙인 썬팅 필름, 벽에 남은 메뉴판 양면테이프와 선반 앵커 구멍이 대표적입니다.
하나하나는 작아도 남아 있으면 원상복구가 덜 됐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보완 일정을 다시 잡는 동안 보증금 정산이 함께 밀리기도 합니다.
커팅 시트는 색 시트를 글자나 로고 모양으로 오려 붙인 것이라 면적은 작아도 가장자리가 많고, 오래되면 획 단위로 끊어집니다. 출력 시트는 인쇄한 시트 위에 보호 코팅을 한 겹 덧댄 것이 많아 두껍고, 상태가 좋으면 모서리부터 비교적 큰 조각으로 떨어집니다. 썬팅 필름은 유리 한 면 전체에 접착층이 깔려 있어, 필름을 당기면 접착층이 유리 쪽에 남곤 합니다.
그래서 종류마다 순서가 다릅니다. 시트는 접착층이 시트 쪽에 붙어 나오도록 낮은 각도로 천천히 당기고, 썬팅 필름은 필름을 벗긴 뒤 유리에 남은 접착층을 물로 불려 따로 걷어냅니다. 떼기 전에는 누가 붙인 필름인지도 따져 봅니다. 건물 창 전체에 같은 필름이 붙어 있다면 임대인이 시공한 시설일 수 있어, 임차인이 뗄 대상인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남향이나 서향 전면 유리에 몇 해 붙어 있던 시트는 햇빛에 굳어, 당기면 손톱만 한 조각으로 부서지고 접착제는 유리에 눌어붙습니다. 칼날로 한 번에 밀어내고 싶어지는 때가 바로 이때이고, 유리가 긁히기 쉬운 것도 이 단계입니다. 충분히 불린 뒤 조금씩 걷어내고, 넓은 면은 구석의 작은 범위에서 먼저 시험한 다음 넓혀 갑니다.
도구는 유리 종류에 맞춰 고릅니다. 건축 유리 제조사 Vitro의 청소 안내는 면도날과 금속 스크레이퍼를 일상적인 유리 청소에 쓰지 말라고 합니다. 강화유리처럼 열처리한 유리라면 플라스틱 스크레이퍼도 조심해야 합니다. 만들 때 표면에 녹아 붙은 아주 작은 이물이 스크레이퍼에 떨어져 나오면서 유리를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매장 출입문 유리가 강화유리인지 확실하지 않으면 강화유리로 여기고, 스티커를 긁어내는 대신 불려서 닦아 냅니다.
로이 코팅 유리는 코팅이 복층유리 안쪽 면에 들어간 제품도 있고 실내 쪽 면에 올린 제품도 있어, 시트가 붙은 면이 코팅면인지부터 가립니다. Vitro는 코팅면에 산성 세정액과 연마성 세정제를 권하지 않습니다. 제조사마다 안내가 달라, 그 유리의 안내가 따로 없으면 둘 다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접착제를 녹이려고 센 용제를 많이 뿌리면 창틀 실링이나 복층유리 실링이 상할 수 있어, 용제는 천에 조금씩 묻혀 씁니다. 유리 종류와 코팅면은 관리사무소나 시공 자료에서 먼저 확인합니다.
선반·TV 브래킷·액자·안내판을 달았던 자리에는 플라스틱 앵커가 박혀 있어, 나사만 빼면 앵커 머리가 벽면 위로 튀어나온 채 남습니다. 앵커를 뽑거나 벽면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은 뒤 구멍을 메우고, 메운 자리를 평평하게 갈아야 칠하거나 도배한 뒤에도 자국이 비치지 않습니다. 석고보드 벽은 앵커를 억지로 뽑다가 구멍이 커지기도 해서, 벽 재질을 보고 뽑을지 밀어 넣을지 정합니다.
메뉴판·포스터·아크릴 안내판을 붙였던 폼 양면테이프는 떼는 순간 벽지 겉면이나 도장 막을 함께 물고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 벽을 어차피 새로 칠하거나 도배할 계획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부분 보수로 끝낼 자리라면 천천히 떼고 남은 폼을 따로 걷어내야 보수 범위가 커지지 않습니다. 떼기 전에 그 벽을 어떻게 마감할지부터 정해 두면 순서가 꼬이지 않습니다.
거울·아크릴 패널·개수대 둘레에 쏜 실리콘은 덩어리를 걷어내도 얇은 막이 남고, 그 위에는 도료가 잘 붙지 않아 칠한 자리가 들뜨거나 얼룩져 보입니다. 칼로 덩어리를 걷어낸 뒤 남은 막까지 벗겨 내고 나서 메움과 도장에 들어갑니다.
메운 자리만 칠하는 부분 보수는 범위가 작지만, 몇 해 지난 벽면과 새 도료는 같은 색이라도 색감과 광택이 달라 칠한 자리만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벽 한 면을 모서리에서 모서리까지 칠하면 경계가 눈에 덜 띄고, 매장 전체를 다시 칠하면 가장 고르게 맞지만 범위가 그만큼 커집니다. 벽지 벽도 같아서, 뜯긴 자리만 덧대면 무늬와 바랜 정도가 어긋나 보입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임대인이나 관리사무소 기준을 따릅니다. 계약서 특약에 도장·도배 범위가 적혀 있으면 그대로 하고, 없으면 입주 당시 사진 속 벽 상태와 견주어 임대인과 정합니다. 오피스 빌딩 중에는 기준서에 마감 도료와 색까지 정해 둔 곳이 있어, 부분 보수를 하더라도 그 기준에 맞춰야 검수를 넘깁니다.
시트를 뗀 유리의 접착제 얼룩과 긁힘은 보는 각도와 햇빛 방향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 합니다. 흐린 날에는 잘 안 보이던 긁힘이 해가 낮게 들 때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검수 전날 낮에 출입문 안팎, 전면 유리 아래쪽 모서리, 창틀과 맞닿은 가장자리를 차례로 봅니다.
벽면 점검은 집기가 빠진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냉장고와 진열장 뒤, 카운터 아래, 블라인드 브래킷이 달렸던 창틀 위, 출입문 옆 안내물 자리처럼 영업 중에 가려 있던 곳에서 테이프와 나사 구멍이 나옵니다. 손전등을 벽에 비스듬히 비추면 메운 자리의 요철이 드러나, 칠하기 전에 한 번 더 갈아야 할 곳이 보입니다.
저희 견적서에는 시트 제거와 벽면 보수를 철거 항목과 나눠 적어, 어느 자국까지 범위에 들었는지 임대인과 바로 맞춰 볼 수 있습니다. 검수 날 유리나 벽면에서 보완 요청이 나오면, 작업 전 사진과 견주어 원래 있던 자국인지부터 함께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동의하면 존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창의 필름을 남기는지 항목으로 적어 임대인 확인을 받아 두면 검수 때 다시 문제 될 일이 줄어듭니다. 말로만 정해 두면 검수하는 사람이 바뀌었을 때 떼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합니다.
작업 전에 유리 전체를 사진으로 남기고, 시트를 떼는 도중 긁힘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 둡니다. 입주 당시 사진이 있으면 함께 비교합니다. 검수 때 이 사진들을 놓고 임대인과 확인하면 책임을 따지는 데 시간이 덜 듭니다.
영업 중이라면 간판 노릇을 하는 전면 시트는 마지막 영업일이 지난 뒤 떼고, 벽면 테이프와 앵커 구멍은 집기를 뺀 뒤에야 다 드러납니다. 도장·도배 범위를 정하기 전에 서둘러 떼다 벽지가 뜯기면 보수 범위가 커지니, 범위를 정한 다음 떼는 편이 낫습니다.